[성명] 국가보안법으로 노동자운동의 불씨를 잠재울 수 없다 -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기획 탄압을 규탄한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성명]
국가보안법으로 노동자운동의 불씨를 잠재울 수 없다
-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기획 탄압을 규탄한다
위기탈출 기획수사
화물연대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을 탄압했던 윤석열 정권이 이제는 국가보안법의 칼을 빼들었다. 어떠한 법적, 정치적 명분도 찾아볼 수 없는 노동조합 회계에 대한 공격이 주춤하자 정권은 국정원을 동원하여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사무실을 침탈했다. 정권은 활동가 1, 2인의 개인 책상과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고자 1,000여명에 가까운 국정원 수사요원과 경찰 병력, 에어매트리스까지 동원했다.
우리는 이란 주적논란 외교참사, 10.29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방해, 국민의힘 내부 정쟁 등 최근 정세에서 위기를 맞은 정권이 이에 대한 탈출구로 국가보안법을 민주노총 탄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심지어 국정원 요원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직접 침탈한 것은 사상 최초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수구보수언론을 앞세운 국정원의 기획, 과잉 수사이다. 혐의는 아직 국정원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당국은 무차별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과잉된 행정집행, 목적의식적 기획 수사를 규탄한다. 특히 2024년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양을 저지하기 위한 국정원의 구시대적 생존 전략이 그 배경은 아닐지 불순한 의도가 의심된다.
국가보안법으로 유지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1948년 이승만 독재 정권에 의해 제정되었다. 특정한 가치에 반대하는 것을 국가 체제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체제가 정당하지 못한 것을 방증한다. 특히 남한 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정치, 경제 체제의 모순을 은폐하고자 했던 숱한 오욕의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국가보안법으로 유지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 얼마나 허약한 체제인가. 국가보안법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정권, 대공수사권 없이 생존할 수 없는 국정원은 그 얼마나 정당성이 없는 체제인가. 노동자운동은 국가보안법으로 겨우 지탱해온 바로 그 허약한 체제를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해 투쟁해왔다.
노동자운동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우리도 압수수색하라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으로 노동자운동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기존의 체제와는 다른 체제를 꿈꾸고 상상하는 것, 체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에 대해 토론하는 것,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정치 활동은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그 행위 자체만으로 형사 처분의 대상,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 사회가 전제해야할 가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군부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의 탄압이 전면화된 시점에서 그가 강조했던 가치가 과연 무엇을 위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인지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정권의 공안통치 부활과 노동자운동 탄압을 저지하고, 정치‧사상의 ‘자유’, 탄압 피해자의 ‘인권’,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빌미로 노동자운동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우리도 압수수색하라. 1% 가진 자를 위한 체제를 뒤집고자 하는 노동자운동의 불씨는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
2023년 1월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