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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를 논하려면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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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실현하겠다던 ‘노동존중사회’는 어디로 갔나.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애초 공약과는 달리 정체를 넘어 후퇴에 이르고 있다.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권리보장 △초기업단위 교섭촉진 등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 분야 정책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제도 도입 등 정규직 채용 원칙 확립 △도급·파견 구별기준 재정립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규정 등 비정규직 노동과 차별해소 분야 정책은 거의 진척이 없다.

심지어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 도입은 탄력근로시간제 개악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와 결정기준·결정체계 개악 시도로 무력화됐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비준 전 법 개정,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본권 양보 등 수많은 장벽을 치며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도록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ILO긴급공동행동은 지난 3월 28일 출범하면서 ▴법개정에 앞선 비준 ▴비준을 위한 정부의 주도력 ▴정부가 주도하는 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을 촉구했다.


  모든 인간이 일터에서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직화하고, 그 힘으로 스스로 권리를 지킬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지난 100년간 국제사회가 확립하고 인정해온 원칙이다.

이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국제사회 의지에 한국 정부도 뒤늦게나마 동참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준을 사실상 거부해 온 역대 정부가 내세운 ‘선입법 후비준’ 입장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결사의 자유 원칙을 법·제도·관행에서 보장하고 실현하며 촉진할 의무를 부정할 도리는 없다. 정부가 1991년 ILO에 가입하며 수락한 헌장과 필라델피아 선언이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일터에서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은 한국 정부도 참석한 1998년 ILO 총회에서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결사의 자유를 협약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회원국이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한-EU FTA 등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노동기준 저하를 경쟁력 무기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ILO의 1998년 선언이 명시한 원칙 실현을 의무로 받아들였다. ILO 회원국 지위를 포기할 셈이거나, 세계화된 경제에서 고립을 자초할 셈이 아니라면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협약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규범으로 받아들이는 비준 절차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ILO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국 노사정 대표가 모여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다. 이번 총회에서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아우르는 노동기본권은 물론이고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권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적정 생활 임금, 최대 노동시간 제한, 사회보장 최저선 등을 전 세계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최저선으로 규정하는 논의가 이뤄진다.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이러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다단계 하청망을 이용해 권리보장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사용자 책임을 재차 확인하는 논의가 이뤄진다.


  현대 국가 대부분은 100년 전부터 결사의 자유를 일터의 민주주의 기본 원칙으로 확인해왔다. 이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인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서조차 내밀지 못한다면, ILO 총회에 참가한 정부가 과연 무슨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핵심 협약을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할 것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협약 비준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 ▴비준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동의를 형성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우리는 정부가 ILO 총회 전까지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라고 요구하며 6월 1일 대규모 범국민대회 개최를 포함해 오늘부터 한 달여 동안 공동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포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해고자라는 이유로, 법에 노조가입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할 권리를 누리지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노조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고 징계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사용자가 선별해서 노동권을 부여하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형사처벌과 손배가압류를 남발하는 노동인권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된 독재국가식 사고를 떠나 노동자라면 누구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수용하라.
 

2019년 5월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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